사용자가 분쟁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사무직에서 현장 노무직으로 전직시킨 인사명령은 부당전직에 해당한다
서울행법_2024구합66730 (2025. 3. 20.)
* 사건 : 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결 2024구합66730 재심판정취소
* 원고 : 주식회사 A
* 피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 보조참가인 : B
* 변론종결 : 2025. 2. 27.
* 판결선고 : 2025. 3. 20.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4. 4. 4.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중앙2024부해***, ***(병합) 부당정직 및 부당전직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전직 부분을 취소한다.
(소장 청구취지에는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원고는 부당정직 및 부당전직 구제에 관한 재심판정 중 부당전직 부분을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취지를 이와 같이 선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이고, 참가인은 2005. *. *. 원고에 입사하여 운영부 경리팀장(직급: 차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참가인에 대한 1차 징계해고와 복직
1) 원고는 2019. 8. 10. 참가인에게 ‘원고 대표이사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제3자인 C 회원에게 유출하였다’ 등의 사유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징계해고를 통보하였다.
2)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1. 15. 부당해고라고 보아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2. 20.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재심신청을 인용하는 판정하였다.
3) 참가인이 제기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1심 법원은 ‘징계절차상 하자가 있고,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의 유출 등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로 보아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서울행정법원 2021. 2. 4. 선고 2020구합***** 판결), 피고의 항소가 기각되어(서울고등법원 2021. 12. 3. 선고 2021누***** 판결) 2021. 12. 25. 그대로 확정되었다.
4) 참가인은 위 취소판결의 취지에 따른 중앙노동위원회의 새로운 재심판정을 거쳐 2022. 3. 23.자로 원고에 복직하였다.
다. 참가인에 대한 2차 징계해고와 복직
1) 원고는 참가인의 복직과 동시에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명하였고, 2022. 5. 16. 참가인에게 ‘원고 대표이사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제3자인 C 회원에게 유출하였고, 1차 해고에도 반성하지 않았다’ 등의 사유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다시 징계해고를 통보하였다.
2) 참가인은 2차 해고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사실상 1차 해고사유 중 일부를 근거로 다시 참가인을 해고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해고무효확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 6. 16. 선고 2022가합***** 판결), 2023. 7. 5. 그대로 확정되었다.
3) 참가인은 2023. 8. 10.자로 원고에 복직하였다.
라. 참가인에 대한 3차 징계정직 및 전직명령
1) 원고는 참가인의 복직과 동시에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을 명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3. 8. 25. 참가인에게 ‘원고 대표이사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제3자인 C 회원에게 유출하였다’는 사유로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직 3개월(2023. 9. 1.∼2023. 11. 30.)의 징계처분을 통보하며 향후 정직기간이 종료될 시 D부 E팀원으로 인사발령함을 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 한다).
2) 참가인은 2023. 12. 1.자로 운영부 경리팀장에서 D부 E팀원으로 인사발령되었는데, 기존의 ‘차장’ 직위를 유지하였으나 소나무 밑동 절단 및 운반, 잔디작업, 낙엽 운반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마. 참가인의 구제신청 경과
1)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발령 및 정직처분에 대한 노동위원회 구제를 신청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1. 15. 정직처분에 대한 구제신청은 기각하였으나, 이 사건 인사발령에 대한 구제신청은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경기2023부해****).
2) 원고 및 참가인은 각각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4. 4. 4. 정직처분은 정당하나 ‘이 사건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상당하며, 참가인과의 성실한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인사발령을 부당전직이라고 보아 원고 및 참가인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2024부해***, ***(병합), 재심판정 중 부당전직 부분을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 8∼10, 12, 14, 16, 18, 19호증, 을나 제2, 4, 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참가인은 원고 대표이사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외부에 유출한 전력이 있으므로 경영진을 보좌하는 경리팀장의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 또한 참가인은 종전과 동일한 ‘차장’ 직급을 유지하고 있고 근무장소도 기존에 일하던 골프장이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 인사발령은 통상 비밀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득이 사전 협의절차를 지키지 못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정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볼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참조).
나.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다가 갑 제4, 20호증, 을가 제2호증, 을나 제4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업무상 필요성이 크지 않은데 비하여 참가인에게는 상당한 생활상 불이익을 주고,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인사발령을 부당한 전보로서 무효라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1) 참가인은 경리팀장으로서 사무직 업무에 종사하다가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골프장 내의 소나무 밑동 절단 및 운반, 잔디작업, 낙엽 운반 등의 현장업무에 종사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장 업무는 참가인이 그동안 수행해 온 업무와는 매우 다른 육체노동에 해당하고, 참가인이 현장업무에 관한 전문성이 있다거나 당시 현장업무에 많은 인원이 필요하였다는 사정도 찾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참가인의 자격이나 능력, 업무상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2차례의 징계해고 및 그에 대한 쟁송의 경과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의 업무상 필요성보다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분쟁이 원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2) 원고의 복무내규에 의하면, 직원의 보직은 유사 직종간 순환 보직을 원칙으로 하고(제14조), 유사 직종이란 ‘① 영업부 식음료팀 전직원, ② 주방 조리사 및 찬모와 코스그늘집 찬모, ③ 전부서의 사무직 종사원’ 등으로 분류되므로(제17조), 사무직의 경우 다른 사무직 보직으로 전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참가인이 비위행위로 인하여 더 이상 경리팀장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무직 보직이 아닌 현장직으로 배치하는 것은 복무내규에서 정한 원칙에 어긋난다. 원고의 조직도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을 경리․회계 업무 외의 다른 사무직 보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3) 사무직 업무에 종사하던 참가인을 현장직으로 전환하여 육체노동에 해당하는 업무를 부여한 것은 두 업무의 특성과 강도 등을 고려하면 참가인에게 현저한 생활상 불이익을 초래할 것임이 명백한데도, 원고는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을 완화할 만한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한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참가인의 업무 자체가 변경된 이상 향후 임금 또는 근무시간 등 근로계약상 조건에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참가인의 직급이 그대로 유지된다거나 근무장소가 골프장으로 동일하다는 사정만으로 참가인에게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4) 이 사건 인사발령은 근로내용을 중대하게 변경할 뿐만 아니라 참가인에게 현저한 생활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인사대상자인 참가인 본인과 성실한 협의․면담․의견 제출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친 경우에 비로소 절차적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인사발령을 하기 앞서 최소한의 절차적 요건이라도 갖추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이점에서도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